2022년 전 세계 영화계를 뒤흔든 작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닌, 인생, 가족, 정체성,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복잡한 철학을 유쾌하면서도 감성적으로 풀어낸 걸작입니다. 이 영화가 단지 '이상한 영화'로 기억되기엔 너무나 치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의 세계관을 스토리 구조, 멀티버스 설정, 상징 해석 중심으로 완벽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다중우주 세계관의 구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다중우주 개념을 핵심 설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블의 멀티버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이 영화는 ‘모든 가능성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에 따라, 수많은 우주를 한 인간의 삶 속에 압축시켜 보여줍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세금 문제로 국세청을 방문하던 중, 갑작스럽게 ‘알파버스’에서 온 남편의 또 다른 버전에게서 자신이 멀티버스를 구할 ‘선택된 존재’라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알파버스는 최초로 다른 우주와의 연결을 발견한 지점으로, 다양한 우주를 여행하며 다른 자신의 능력을 ‘버스 점프’를 통해 빌릴 수 있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며 선택하지 않았던 삶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철학적 상징으로 읽힙니다.
우주마다의 차이는 디테일하면서도 극단적입니다. 손이 핫도그인 우주, 바위로 살아가는 우주, 셰프인 우주, 무술 마스터로 살아가는 우주 등은 삶의 다양성과 무의미 속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합니다. 각각의 우주는 에블린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버스 점프와 상징적 장치들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요소 중 하나는 ‘버스 점프’입니다. 이는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연결되기 위한 장치로, 일반적인 행동이 아닌 ‘이상한 행동’을 통해 발동됩니다. 예를 들어, 이상한 춤을 추거나, 아무 의미 없는 말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등의 ‘비논리적 선택’이 연결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 삶의 우연성과 혼란,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선택의 힘을 상징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들이 언제나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유쾌한 장치로 보여주는 것이죠.
또한 영화 내내 반복되는 상징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베이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공허함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극중 빌런인 조부 투파키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관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에 반해, 에블린은 혼돈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의미’를 붙들고 살아가려는 인물로 그려지며, 두 세계관은 결국 대치하면서도 공존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버스 점프의 과도한 장면들과 시각적 혼란은 영화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극대화시키며, 정돈되지 않은 삶 속의 질서 찾기를 관객에게 요구합니다.
세계관의 철학적 해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히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한 액션/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는 ‘의미 없는 삶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실존주의적 테마에 가깝습니다. 조부 투파키는 모든 선택과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게 되며 오히려 삶의 무의미함에 절망합니다. 이는 인간 존재의 고통과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에블린은 그 무의미 속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울고 싶다’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따뜻한 대답으로 읽히며, 영화는 혼돈과 다중성, 비합리성 속에서도 결국 ‘작고 소중한 연결’이 삶의 핵심임을 말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멀티버스를 단순한 SF 장르적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본질을 탐색하는 철학적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에블린이 ‘최악의 자신’에서 ‘최고의 자신’으로 성장하는 서사와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남깁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단순한 시청각적 실험을 넘어서, 다중우주라는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세계관을 깊이 이해할수록, 삶의 다양한 모습과 그 안의 작지만 중요한 선택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시간을 들여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